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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들으면 스피커 사라지고 음악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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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indenbaum
댓글 0건 조회 612회 작성일 24-06-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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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오디오의 ‘봄’ 바라며” 예술 담은 스피커·앰프…린덴바움 황현식 대표 



“여기까지 왔는데, 음악감상은 하고 가셔야죠.”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린덴바움(Lindenbaum) 제조공장을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황현식 대표가 이렇게 제안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공장 2층에 별도로 마련한 청음실에 올라가 보니 최근 유행하는 음악카페나 고급 음악감상실이 부럽지 않았다. 4인치에 불과한 작디작은 스피커 두 대만으로도 음악을 온전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황현식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음의 포커싱’부터 오케스트라가 선물하는 소리의 ‘입체감’ 등 음향이 인간에게 부여할 수 있는 모든 호사가 청음실 안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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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만큼 예술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린덴바움 황현식 대표는 스피커에 디자인과 색감을 입혀 감각적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중기이코노미

황 대표는 “사람들이 한눈에 ‘저 스피커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디자인과 엔지니어링과의 조화가 우수한 스피커, 모듈화가 잘 돼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 앰프로 오디오 애호가의 만족감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IT업계의 모든 경험이 오디오 창업의 발판이 됐다” 

슈베르트의 연가곡인 ‘겨울 나그네’ 중 5번째 곡인 데어 린덴바움(Der Lindenbaum)을 좋아해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살았다는 황현식 대표는 ‘보리수나무’가 주는 상징성에 주목해 회사명을 지었다고 한다. 

황현식 대표는 “사실 가곡은 겨울의 쓸쓸함을 나타내지만, 독일에서는 보리수나무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상징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개나리가 피면 사람들이 봄이 왔음을 아는 것과 같다”며, “우리나라 오디오 제조사에도 봄이 오길 바라는 희망을 이름에 녹여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악한 국내 오디오 제조환경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는 “유럽산, 미국산이 파워풀한 브랜드를 갖고 있고, 제품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우리나라 오디오는 왜 그만큼 대접을 못받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아직 산업화가 덜 돼서 그렇지, 전기신호를 소리로 만드는 순수한 음악신호의 증폭 재생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실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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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식 대표가 린덴바움 제조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곡선을 강조한 부드러운 외형의 스피커와 안을 꽉 채운 내장재는 최고의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중기이코노미

사실 황현식 대표는 음악과 무관한 업계에서 일했었지만, 음악을 너무 사랑해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음악감상 동아리 활동으로 채워나갔다. 전공을 살려 웹 기획과 ERP 프로그램 담당자로 사회에 나왔을 때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봉을 깎아가며 스피커 제조회사로 이직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고 한다. 

그는 “스피커의 디자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네모반듯한 깍두기 스타일의 스피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한계를 느꼈다”며, “전자제품 개발회사에 들어가 여러 성형물과 가공 방식을 배웠고, 인쇄기획업을 하며 디자인적인 감성을 풀어냈다”고 했다.

이후, 오디오 액세서리 제조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품 설계기법부터 다양한 가공방법 등을 두루 경험했고, 계측기 회사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오디오 관련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업종을 거치며 경험한 모든 일들의 종착점이 오디오 제조업으로 향했다”며, 오디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예쁘고, 예술적으로”…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조화

황현식 대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력을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의 한 분야인 음악을 담는 그릇이 스피커와 앰프이기 때문이다. 최근 참여한 세계 최대의 오디오쇼인 독일의 뮌헨 오디오쇼에서 린덴바움 제품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것도 ‘예쁜 디자인’이 한몫했다.

우선 용도를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책상 위, 서재, 크지 않은 방에서도 음악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크기를 4인치로 소형화했다. 물방울 모양의 외형에 쑥색에 가까운 녹색, 형광 톤의 비비드한 오렌지색 등을 입혀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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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덴바움의 스피커 중 프레이(PRAY) 제품. 책상 위에 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강조했다. <사진=린덴바움>

작지만 음질은 대형 못지않다. 작은 몸체에서 저역부터 고역까지 땅땅하고 당돌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는 오픈 부스라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뮌헨 오디오쇼를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바로 풀 알루미늄 인클로저(enclosure)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리 회절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동그랗게 깎는 등 라운드 처리했다. 스피커의 진동 콘트롤을 위해 스파이크도 기본적으로 장착했다. 

스피커 내부도 알차다. 음향 환경을 방해하는 스탠딩웨이브(정재파)를 잡기 위해 갈빗살 구조로 설계해 내부 강성도 확보했다. 작은 체구에 비해 크고 정교한 회로를 가득 채워 모든 음역의 주파수를 콘트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스피커의 3요소인 유닛, 인클로저, 아날로그 회로라고 하는 네트워크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음악감상 시 음악이 주는 입체적인 느낌과 원근감을 오롯이 느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황현식 대표는 “오디오 동호인들에게 우리 스피커로 음악을 들려주면 놀랍게도 어디에서 소리가 나오는지 예측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스피커는 사라지고, 음악만 남는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입체적인 재생능력이 탁월하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해당 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해 보니 기타 연주자가 손가락으로 튕겨내는 기타의 맑은 고음이 피아노 선율 틈새를 파고들고 저 멀리서부터 귓가에 와 꽂히는 등 무대 앞에 있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또한, 각 연주의 위치까지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음의 포커싱도 재대로 느낄 수 있었다. 

황현식 대표는 오는 7월에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밝혔다. 3년의 개발기간을 거친 이 스피커는 6.5인치 유닛에 1인치 트위터(Tweeter)를 사용했고, 저음역이 좀 더 보강되도록 베이스 리플렉스 형식의 인클로저로 제작했다. 소재는 나무, 알루미늄, 고분자 화합물 등 복합 소재를 사용했고, 외관은 삼각형 모양의 곡선으로 처리해 웅장한 소리와 심미성을 둘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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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덴바움의 앰프인 루비(Ruby)의 모습. 모듈화 설계가 가능해 쉽게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린덴바움 앰프의 특징이다. <사진=린덴바움>

앰프 역시 작지만, 강하다. A4 사이즈의 작은 크기로 만들었지만, 다양한 압력을 받아 신호를 증폭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케이스 안은 커다란 외형에 텅 비어있는 다른 앰프와 달리, 테트리스 게임에서 칸칸이 맞추듯 운영체제로 꽉 들어차 있다. 

특히 모듈화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앰프가 다양한 입력신호를 처리해 최종적으로 증폭하고, 스피커를 울려주기 위해서는 DAC(Digital Analog Converter)라는 요소가 필수적인데, 대개 이런 DAC를 별도로 분리해 사용한다. 하지만, 린덴바움의 엠프는 이 기능을 내부에 장착했다. 즉, 헤드폰 앰프, 볼륨 등을 콘트롤하는 프리앰프 기능 등이 모듈화돼 있기 때문에 각각의 기능에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해당 기판만 덜어내고 새로운 것으로 끼워 넣기만 하면 손쉽게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OEM·ODM 제품 개발…전문 제조업체와 손잡고 판매    

2019년 12월 린덴바움을 창업한 황현식 대표는 그동안 OEM과 ODM으로 국내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것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한 제조업체가 진성테크다. 진성테크는 20년 이상 스피커와 앰프를 제조해 온 전문업체다. 

현재 린덴바움의 제품은 황현식 대표가 기획해 진성테크와 공동개발 과정을 거쳐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8인치 3웨이 북쉘프 스피커에 대한 구상을 마쳤고, 향후에는 스탠딩 스타일의 톨보이 스피커도 내놓을 예정이다. 앰프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기능에 초점을 맞춘 오디오 재생 전용 컴퓨터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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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실에서 황현식 대표가 앉아 음악을 듣고 있다. 그는 금요일 저녁마다 공장 직원들과 함께 이 곳에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영화를 본다고 한다.   ©중기이코노미

황 대표는 틈날 때마다 스케치북에 스피커 그림을 그리며 형태에 따른 양산성, 어떤 소재를 써야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한다고 한다. 

그는 “최근 LP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사실 LP처럼 귀찮은 매개체도 없다. 20~30분에 한 번씩 뒤집어줘야 하는 등 음악을 듣기 위한 작은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동도 의미 있는 순간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 음악의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음악을 감상할 때도 이런 값진 노동의 순간을 즐기는데, 하물며 음악감상에 중요한 스피커와 앰프를 만들 때는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사람들이 ‘와~ 이 이상 더 뭐가 필요할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음악적인 만족감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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